맨홀3132. 박지리 『맨홀』 : 사계절그해 아버지가 죽었다. 이듬해 ‘나’는 파키를 죽인다. 첫 번째 죽음은 ‘나’를 가족으로부터 분리하고, 두 번째 죽음은 ‘나’를 사회로부터 격리한다. 시설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나’는 두 번의 죽음을 불러온 지난날을 회상한다.소방대원인 아버지는 하루가 멀게 폭력을 행사했다. 어릴 적 누나와 ‘나’는 약자인 엄마의 편에 섰지만 열여덟의 ‘나’는 폭력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이유를 온전히 우리에게 전가한 엄마가 싫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 ‘맨홀’로 이끈 것은 누나였다. 공사가 멈추어버린 공사장 맨홀 아래엔 아직 물이 들어차지 않은 수로관이 있었다. 맨홀은 남매의 오롯한 공간이 되었다. 어느 날 폭력 속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