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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3132. 박지리 『맨홀』 : 사계절그해 아버지가 죽었다. 이듬해 ‘나’는 파키를 죽인다. 첫 번째 죽음은 ‘나’를 가족으로부터 분리하고, 두 번째 죽음은 ‘나’를 사회로부터 격리한다. 시설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나’는 두 번의 죽음을 불러온 지난날을 회상한다.소방대원인 아버지는 하루가 멀게 폭력을 행사했다. 어릴 적 누나와 ‘나’는 약자인 엄마의 편에 섰지만 열여덟의 ‘나’는 폭력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이유를 온전히 우리에게 전가한 엄마가 싫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 ‘맨홀’로 이끈 것은 누나였다. 공사가 멈추어버린 공사장 맨홀 아래엔 아직 물이 들어차지 않은 수로관이 있었다. 맨홀은 남매의 오롯한 공간이 되었다. 어느 날 폭력 속에 울음을 멈춘 누나는 자신이 울지 않는 역을 맡은 거라고 했다. 자신이 집에서 행하는 모든 것이 연극이라고 말한 누나는 결국 진짜 연극배우가 되어 소돔을 떠났다.이미 증오 속에 ‘그 사람’이 되어버린 아버지는 화재 현장에서 열여섯 명을 구한 순직 소방관이 되어있었다. ‘나’의 집을 소돔으로 만든 그가 사회에선 영웅이었다. 평생을 죽지 않을 만큼 맞았던 엄마는 그의 죽음 앞에 침묵했고 미워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 이상으로 그를 증오하던 누나 역시 그의 죽음 앞에 침묵한다. ‘나’는 ‘그 사람’보다 그런 엄마와 누나가 더 역겹다. 분개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물건들을 집어던진다. 그러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그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엄마가 감춰둔 아버지의 상패를 맨홀 속에 버린다. 이제 더 이상 ‘나’가 더럽혀진 맨홀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만 같다.어쩌면 ‘나’는 연극의 세계로 도망 친 누나를 애타게 찾고 있었지만, 결국 ‘나’에게 손을 내민 건 학교 친구 ‘기진이들’이었다. 동네 빈터의 보라색 소파에서 마주친 기진이들은 “네가 그 순직 소방관 아들이지.”라는 말로 ‘나’를 무리에 담는다. ‘나’는 기진이들로 인해 한층 신분이 격상되고 그들을 통해 알게 된 희주와 첫사랑에 빠진다.잠시나마 이방인에서 벗어나 즐거운 한때를 맞이한 ‘나’는 그러나 필연적 우연의 폭력 현장에서 싸잡아 ‘파키’라 부르던 외국인 노동자를 죽인다. 모두가 폭력에 가담했으나, 파키의 죽음은 실수였다고 진술하지만 ‘나’를 제외한 기진이들은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는다. 살인죄로 기소된 ‘나’는 순직소방관으로 국민 영웅이 된 아버지의 업적을 팔아 실형을 면하고 시설에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나’는 먼지가 이는 시설의 운동장에서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지상을 내려다보는 상상에 빠진다.박지리 작가의 『맨홀』을 접하고 나는 ‘날 것’에 대해 느꼈다. 작가의 필치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소설의 구성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인물과 사건, 배경 모두 이미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날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소설은 개연성이 풍부하다 해도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기어코 허구에 실제성을 부여한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체는 폭력의 고통을 응축하여 독자에게로 전달한다. 화자인 ‘나’의 회상은 의식적이지 않게 구성되어 현실감을 더하고 독자는 몰입하게 된다.소설의 곳곳에는 상징과 은유가 가득하다. 누구나 알 수 있으나 결코 직설적이지 않은 메타포는 해석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작가의 천재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책을 읽는 과정에서 박지리 작가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거나, 정신이 정상적이지 않거나, 또는 약에 취해 썼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일반인의 경지에서 노력으로 쓸 수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완독 다음 날,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작가가 소설을 씀에 기술 이상으로 마음을 담은 것 같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면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소설이나, 문학을 사랑한다면 언젠가 마주할 작품이다. 덧. 끝내 포기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재판해준 사계절 출판사와 끝으로 스스로 사라짐을 선택했으나 세상에 좋은 작품 남겨주신 (故) 박지리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으로 한국 문단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고 박지리 작가의 소설
열여덟과 열아홉, 두 번의 봄을 죽음으로 맞아야 했던 한 소년이 있다. 열여덟의 봄은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아버지가, 그러니까 집을 불길 속 공포로 몰아넣은 악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열여섯 명 목숨을 구한 소방 영웅 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만 없으면 엄마와 누나와 함께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이유 모를 분노에 사로잡힌 채 방황한다. 열아홉 살 봄에 나는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청소년 보호관찰소에서 지내고 있다. 맨홀 은 이곳의 생활과 ‘나’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기록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면서 우리 모두 안에 숨어 있는 커다란 삶의 ‘구멍’을 드러내 보여준다. 자기 안에 괴물처럼 도사리고 있는 구멍에 빠져 버린 소년이 스스로를 속여 가며 비밀스럽게, 아주 오랫동안 간직해 온 ‘맨홀’의 어두운 기억은 독자들에게 동정과 연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욜로욜로’는 사계절출판사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오늘의 독자들’을 위해 선보이는 새로운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때론 즐겁게 때론 눈물겹게 이 힘겨운 시대를 헤쳐 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어 줄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한 디자인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아티스트들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 오진경 디자이너가 총괄 아트 디렉션을 맡았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물론 제목을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까지 새로운 세대의 취향과 성향을 고려한 북 디자인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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