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루라도 영화를 보지 않으면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는 날들이 있었다. 밤을 지새우며 눈이 빨개지도록 영화를 보던 때가 있었다. 동네 비디오 가게를 내집 드나들 듯이 오가며 괜찮다고 소문난 영화는 장르 가리지 않고 섭렵을 했다. 그 당시 기억에 남는 영화들은 컬트 영화들이었다. 전형적인 장르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과 어법은 영화를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디비디가 대중화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들어서면서 예전처럼 발품을 팔아가며 비디오 가게나 시네마테크를 전전할 필요는 없어졌다. 구하기 힘들었던 희귀 영화까지 언제든 편하게 구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영화는 그때보다 덜 보는 것 같다. 뭐든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가장 열정적일 수가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