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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주의자들의 도시

실패를 이야기하는 마음은 어떠할까? 세상에 실패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 실패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일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직업에 관해서라면. 쉽게 할 수 없을 이야기를 하기까지 작가의 마음을 오갔을 수많은 변덕들이 어렴풋이 짐작은 되지만,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겠고, 나는 그저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는다.이 작가의 책을 몇 권 보았다. 내게는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린 작가로 더 가깝다.좋은 느낌을 받았고 여행지의 건축들그림에 매력을 느꼈다. 이 책에서도 그런 그림을 만날 것으로 기대했다. 건축 그림이 있기는 했으나내가 예상한 내용은아니었다.건축가로서 살아온 작가의 본격적인 건축에 대한 책이다. 작가가 그동안 참여했다는건축설계 작업들을 사진과 그림과 도면과 글로나타내고 있다. 상을 받은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고실제로 건축된 작품도 있고 참고로 삼았다는 외국 건축들의 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의도로 이런 작품들을 구상했는지 간단하면서도 함축적인 글을 써 놓았는데 건축에 관해 작가가 갖고 있는 기본 생각에는 많이 공감했다. 내가 작가의여행책을 읽으면서 좋았다고 느꼈던 대목과 이어지는 생각일 것이다.건축 도면을 읽는 게 복잡해 보였다. 이제는 이런 그림들을 읽고 싶지는 않다. 복잡하고 정신을 못 차리겠다. 공간 구성 능력이 떨어지니 어쩔 수 없다. 멋져 보이는 건축물의 사진만으로 충분했다.이제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하는 과정, 성공도 있지만 실패했던 것마저 다 품어 정리해 보는 일, 용기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는 뜻일 테니.

그림 그리는 건축가 오기사,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리다

건축설계를 전공한 작가 오영욱이 지난 20년 동안 만난, 세상을 바꿔온 위대한 생각들과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여정의 기록. 부제 ‘흔들리는 마음에 대처하는 건축적 자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수없이 많은 흔들림과 변덕, 좌절 속에서 자신만의 꿈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집트 고대 건축에서부터 한국의 사찰과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또 르 코르뷔지에 등 세상을 바꾼 위대한 건축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오영욱의 시선으로 탐색하고, 그것을 자신의 작업에 투영하여 더 나은 무언가를 창조하고자 노력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건축가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풍경에서 영감을 발견하고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는지, 그 변덕스러운 사유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작가는 세계 많은 도시를 여행하며, 닮고 싶은 생각들을 마주한 끝에 서울 이태원의 녹사평 언덕 위에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린 공간 [우연한 빌딩]을 건축했다. 비로소 그는 변덕으로 가득했던 지난 20년을 정리했다고 고백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희망과 절망, 기대와 좌절, 실패와 포기 사이에서 무수히 꿈이 흔들려왔던 오랜 과정을 풀어낸 그의 이야기에서 시시때때로 흔들리고 후회하고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우리의 힘을 재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