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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인들은 스페인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을 것이다. 그보다 두 해 전 유로 2008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페인 축구팀은 핑크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언제나 전력만을 놓고 보면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긴 했다. 모든 선수들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자국 리그 역시 상당히 인기가 높았다. 그럼에도 각종 대회에 도전할 때면 무엇이 부족했던지 그들은 8강 정도에서 주저앉고는 했었다.
처음에 이 책을 택하면서 나는 기술적인 부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많은 책들이 왜 해당 팀이 그토록 강한가를 설명하는 데에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는 방식을 택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분석도 분명 흥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입장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입을 쩍 벌리고는 하품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책들에 비한다면 상당히 친절한 편에 속한다. 물론 어떠한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는 않다. 그 이야기를 배제한다면 경기에 대해 담을 수 있는 내용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다른 책에서는 엿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이야기들이 녹아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호칭할 때 사용하는 별명에서부터 시작하여 경기를 마친 후에 선수들이 보이는 행태 등에 이르기까지, 이는 읽고 있자면 마치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그만큼 작가가 대표팀에 대해 정통했다는 방증일 게다.
근엄하기만 할 것 같은 감독이 선수들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 경기장에서 아직 뛰고 있지도 않은 선수에게 킥을 주문하기도 한다니. 너무 완벽하면 인간미가 없다고도 하던데, 그런 점에서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역임한 루이스 아라고네스는 완벽했다. 그는 선수들 위에 군림하기 보다는 자상한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이길 원했다. 선수들을 제 방으로 부른 게 아니라 직접 선수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즐겼다고 하니, 과거에 비한다면 많은 부분 나아졌으나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체육계 입장에서는 한 번 즈음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그는 선수들의 보호자(?) 역할도 자청했다. 기대감이 높은 만큼 한 경기 한 경기의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마다 그는 적절하게 언론의 비난을 차단하고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오늘날의 스페인 대표팀을 위한 토대를 놓은 인물로서 그의 중요성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 중에는 붙박이 주전으로 여겨지던 스타 플레이어 라울을 대표팀에서 배제한 것도 있다. 그 전까지 라울 없는 스페인은 상상이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와 같은 결정을 성공가능성이 지독히 낮은 모험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말하자면 그는 옳았다.
아라고네스의 뒤를 이은 델보스케도 마찬가지다. 그는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유로 2012에서 다시 한 번 선수들의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각종 대회에서 스페인보다 더 많은 우승경력을 갖고 있으며 상대방을 질식하게 만드는 수비축구로 유명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무려 4골이나 넣으며 승리를 이끈 것이다. 최근 몇 차례 스페인 대표팀이 보여준 제로톱 전술 역시 그의 작품이었는데, 이는 각 선수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스페인 팀에 꼭 맞는 옷과도 같은 전술이었다.
감독이 아무리 유능해도 그들은 경기를 직접 뛸 수 없다. 개개인의 능력만 놓고 보아도 하나같이 출중하지만, 팀과 개인은 차원이 다르다.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유기적으로 굴러갈 수 있었던 데엔 주장인 이케르 카시야스를 비롯, 많은 선수들의 수고가 큰 역할을 했다.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FC 바르셀로나.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달아오르곤 하는 엘클라시코가 대표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는데, 카시야스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이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였다. 밤이면 카드놀이를 위해 모인다는 선수들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동료를 위해 DJ를 자처하는 라모스의 모습도 상상해 보고, 카시야스에 밀려 경기장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화려한 언변으로 모두를 사로잡는 호세 레이나의 유쾌함도 떠올려 본다. 이 모든 게 잘 버무려졌기에 지금의 강력한 스페인 대표팀이 가능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는데 또 이룰 게 남았을까? 그들은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선수권-월드컵-유럽선수권을 연속으로 제패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새로이 떠오른 최강자를 꺾고자 칼을 가는 이들이 넘칠 것이므로, 현재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도전이다. 나아가 차기 월드컵에 대해서도 욕심을 낼 것이다. 이제 막 가슴에 달린 별 하나로는 분명 만족하지 않을 그들이다.
결코 패하지 않는 역사적 축구팀의 탄생
2008 유로, 2010 월드컵, 그리고 2012 유로까지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 신화 스페인 대표팀 성공의 비밀은 무엇일까? 흔히 알려진 전략과 전술, 선수들과 감독 등 스페인 대표팀의 자료 분석이 아닌, 선수들과 감독 스스로가 말하는 팀의 우승 비결을 담았다. 저자인 미겔 앙헬 디아스는 2003년부터 스페인 대표팀 전담 기자로 2004 유로, 2008 유로, 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 2009 남아공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현장에서 취재한 스포츠 전문기자이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팀의 모든 선수들과 감독, 코칭스태프까지 찾아다니며 꼼꼼히 인터뷰를 진행해 팀이 우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했다. 자연스런 대화 속에 나타난 그들만의 돈독함, 경기 중 상호간 신뢰와 믿음이 그 바탕이었던 것. 저자는 생생한 인터뷰 그대로를 엮어 스페인 팀의 선수들에서부터 경기내용, 전략전술까지 살아있는 내용을 전한다. 본문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화보는 스페인 팀의 역동적인 모습을 다시 되살리고, 부록으로 담긴 캐스트롤 랭킹과 2006년 이후 스페인 대표팀의 경기 결과는 팀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의 프롤로그, 다비드 비야의 에필로그를 읽으며 그들의 사인도 볼 수 있다.
프롤로그(이케르 카시야스)
한국어판 서문
1. 바야스는 죽고 싶은 기분이 들 거야
2.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3. 스컹크, 펠로포, 바이러스
4. 유로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감독인 제 탓입니다
5. 우리가 유럽을 제패한 날
6. 422호 게임방
7. ‘라울’ 문제
8. 아라고네스 리더십의 비밀
9. DJ 라모스
10. 델보스케의 영리한 인수인계
11. 푸욜의 내기
12. 스페인 대표팀의 숨은 도우미
13. 남아공에서 얻은 교훈
14. 볼의 지배자
15. 세계를 정복하다
16. 우리의 인생을 바꾼 별
특별 칼럼
에필로그(다비드 비야)
부록 1 캐스트롤 랭킹
부록 2 2006년 이후 스페인 대표팀 경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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