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명작순례

by iavva 2020. 11. 16.

명작순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시리즈 (Ⅰ)국보순례와 (Ⅲ)안목을 통해 내 취향이 그림과 글씨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왜 좋은지 언어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림과 글씨만 보고 있으면 기쁘고 설레 시간 흐르는 줄도 모를 지경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했을 리 없지만 시리즈 세 권 중 마지막으로 읽게 된 (Ⅱ)명작순례는 ‘그림과 글씨’만을 실었다. 그림 한 점, 한 점 확대해서 자세히 보느라 예상보다 책을 오래 들고 있었지만 좋아하는 그림과 글씨를 실컷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시리즈 2권 『명작순례(2011, 눌와)』는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이란 부제가 달려있다. ‘그림’은 조선 전기, 후기, 말기로 구분하였고 ‘글씨’와 ‘궁중미술’은 그림과 따로 구별하였다. 유홍준 교수는 ‘기본 정보와 해설을 필요로 하는 옛 그림과 글씨 49점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에 동반되는 작품 100여 점의 도판을 곁들였다(p.6)’고 하였으며 ‘되도록 미공개 개인소장품을 많이 소개하려고 노력(p.7)’했다고 하였다. 글씨와 궁중미술을 제외하고 그림만 보면 서른두 명의 화가를 소개하고 잘 알려진 화가든 생소한 화가든 쉽게 볼 수 없는 명작을 수록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또 보다보니 욕심이 생겼는지 실물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우선 책에 수록된 많은 작품 중에서 눈에 밟히는 명작 몇 개만 언급해 보려 한다. 조선 전기 작품 중에서는 <독서당 계회도>가 특히 좋았다. 계회도契會圖는 조선 전기에 사진을 대신하는 기념화로 성행하였으며 조선 전기 계회는 주로 관료들의 친목 모임이었다고 한다. 독서당讀書堂은 조선시대에 인재양성을 위해 건립한 전문 독서연구기구로 젊은 문신들이 모여서 책을 읽은 곳이다. 언젠가 세종이 젊은 문신들에게 맘껏 독서에 몰두 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었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워한 적이 있는데 그들이 모여서 책을 읽던 곳이 바로 그림 속 독서당이었던 것이다. <독서당 계회도>는 한강변에 있던 독서당 실경을 그렸다. 강에는 배가 떠 있고 독서당 주위는 소나무로 둘러 쌓여있는 환경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은 그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독서당 안에 앉아있는 문신들과 독서당을 오가는 이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독서당 계회도> 하단에는 참석한 인물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아는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림 속 독서당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는 존재하는 게 분명하지만 왠지 고요하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빼앗겼다는 느낌이 들어 착잡하다. 조선 후기 그림 중에는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이 제일 좋았다. 정선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끌렸겠지만 책에 수록된 <연강임술첩>은 누가 보더라도 감탄할 수밖에 없을 만큼 멋지다. 그림은 높은 암벽과 산, 고목에 둘러싸여 뱃놀이 하는 사람들의 정취로 물들어 있는데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매일 보고 싶은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가 부러워졌다. 개인적으로 꽃 그림은 좋은 줄 몰랐는데 조선 말기 그림 중 우봉 조희룡의 <매화>를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 ‘10곡 연결병풍’인 <홍매>를 펼치면 매화에 취해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봉은 잠자리에 매화 병풍을 쳐두었다는데 옛 사람들의 그윽한 정취가 새삼 멋스럽게 다가왔다. 불경을 직접 손으로 쓰는 ‘사경’ 중에는 고려사경 <법화경 보탑도>가 가장 놀라웠다. 아름다움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테니 제쳐두고라도 사경 제작에 들인 정성을 상상하니 당장 일본에 가서 빼앗아 오고 싶은 심정이다. 더 쓰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여기서 그만 줄여야겠다. 현재 심사정의 불우한 일생, 춘화 이야기 등 하지 못한 얘기가 많지만 할라치면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으니.

유홍준 교수와 함께 떠나는 즐거운 명작 순례!
명작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조선시대 대표적인 서화 49점을 중심으로 명작의 내력과 거기에 깃든 예술적 가치를 해설하는 ‘명작 감상 입문서’이다. 명작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사회적·예술적 배경이 있었는지, 화가는 어떤 계기로 그림을 그렸는지, 화가의 예술적 노력과 특징이 그림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등을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 흡인력 있는 문체로 옛이야기 하듯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조선·근대의 명화를 비롯하여 아름다운 글씨와 궁중미술 등 49점과 여기에 동반되는 작품 100여 점을 곁들였다.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신사임당의 〈초충도〉나 한석봉의 석봉천자문 을 새로이 알려주고, 흑백 도판으로만 알려졌던 미공개 대작들을 양질의 도판으로 펼쳐 보여주며, 속화의 연장선상에서 조선의 춘화를 소개하여 우리 미술사의 폭을 한껏 넓혀준다. 또 〈달마도〉로 유명한 김명국이 일본에서 밀려드는 그림 요청에 울려고 했다는 이야기나 유배지에서 딸에게 〈매조도〉를 그려 보낸 정약용의 절절한 사연 등이 결국 명작도 사람의 일임을 알게 하고 옛 그림과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세부 묘사가 살아 있는 좋은 도판을 찬찬히 감상하며 즐거운 명작 순례를 마치고 나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는 말처럼 어느새 훌쩍 높아진 자신의 안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펴내며 | 명작을 보는 안목을 위하여

명화의 탄생
1. 신사임당 〈초충도〉
저 율곡 선생을 낳으심이 당연하다 하겠다
2. 허주 이징 〈난죽6곡병〉
난을 난으로만 보지 말고, 대를 대로만 보지 말라
3. 충암 김정 〈숙조도〉
이 한 조각 종이의 보배로운 가치를 아느냐
4. 탄은 이정 〈풍죽도〉
마치 그분의 자화상을 보는 것만 같네
5. 학림정 이경윤 〈사호위기도〉· 산수인물화첩
말하는 것이 입이 아니라 손가락에 나타나 있네
6. 〈독서당 계회도〉
율곡, 서애, 송강이 함께 공부하던 한때
7. 연담 김명국의 일본행
밀려드는 그림 주문에 연담은 울려고 했다
8. 공재 윤두서 〈석공공석도〉
석공이 마침내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었네
◈ 남태응의 〈삼화가유평〉
연담, 허주, 공재의 예술 세계를 비교하여 평하노라

문예부흥기의 기라성 같은 화가들
9. 겸재 정선 연강임술첩
임진강에 보름달이 떴다. 시와 그림으로 만나자구나
10. 겸재 정선 경교명승첩
내가 보낸 시에 그대가 그림을 그려 바꾸어보세
11. 관아재 조영석 〈설중방우도〉
산수화 속 인물은 명백히 조선의 선비로다
12. 능호관 이인상 〈수하한담도〉
이 그림은 그대를 위해 그린다고 미리 적어놓노라
13. 현재 심사정의 〈묘지명〉
세상 사람들아, 이 쓸쓸한 무덤에 갈퀴질을 하지 마라
14. 신광하 〈최북가〉
그대는 어이하여 삼장설에 묻혔는고
15. 표암 강세황 〈자화상〉
나의 모습은 볼품없어도 문자속은 있었다오
16. 표암·단원 합작 〈송호도〉
스승은 소나무를, 제자는 호랑이를 그렸다네
17. 단원 김홍도 〈서원아집도〉
불세출의 천재는 어떤 소재든 다 소화해냈다
18. 단원 김홍도 〈기로세련계도〉
개성 환갑노인의 합동 경로잔치를 기념하며
19. 춘화 이야기
조선의 춘화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속화의 하나다
20. 고송 이인문 〈강산무진도〉·〈단발령 망금강〉
대가는 완벽한 형식미가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21. 초전 오순 〈산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대감을 찾아왔습니다
◈ 신숙주의 〈화기〉와 유한준의 석농화원 발문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모으게 되나니
22. 수월헌 임희지 〈춘란〉
난엽에 춤사위를 넣으면 이렇게 된다오

암울한 시대에 피어난 꽃
23. 우봉 조희룡 〈매화〉
나는 매화를 그리다가 백발이 되었다오
24. 고람 전기 〈계산포무도〉
무정한 흙덩이도 이분의 손가락은 썩히지 못하리
25. 북산 김수철 〈산수도〉·〈연꽃〉
그대의 그림을 보면 근대가 가까움을 알겠노라
26. 일호 남계우 〈나비〉
나비와 함께 평생을 아방궁에서 살았다고
27. 몽인 정학교 〈괴석〉
누가 추상을 모더니스트들의 창안이라 말하는가
28. 오원 장승업 〈쏘가리〉
우리의 취흥을 필묵에 담아볼 거나
29. 석파 이하응 〈난초〉
뜻을 일으켜 난을 그리고 거기에 정을 실었다
30. 심전 안중식 〈백악춘효〉
백악산에 봄날의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며
31. 김관호 〈해질녘〉
특선, 특선이라, 장하도다 김관호 군!
32. 수화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나는 고국의 오만 가지를 생각하며 점을 찍었다

아름다운 글씨와 서예가 이야기
33. 고려사경 〈법화경 보탑도〉
사경을 할 때는 모름지기 이렇게 하였다
◈ 〈취수선생 초상화〉의 찬문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으면, 잠자느니만 못하니라
34. 〈숭례문〉 현판
사람들은 양녕대군 글씨로 믿고 싶어 했다
35. 봉래 양사언의 〈비자설〉
‘비’ 자가 날아간 그 날은 양봉래가 죽은 날이랍니다
36. 홍랑 〈절유시〉
그대 가시는 길에 버들가지 꺾어 바치노니
37. 선조의 한석봉 사랑
시골 수령으로 보내노니 편히 글씨 쓰며 지내시오
38. 원교 이광사 천금첩
계면조를 연주하면 글씨가 슬퍼지는 것만 같았다
39. 다산 정약용 성화시첩 ·〈매조도〉
저 흐트러짐 없는 글씨에서 그분의 인품을 본다
40. 추사 김정희 운외몽중시첩
아득한 산 너머는 구름 밖의 구름이고 꿈속의 꿈이네
41. 추사 김정희 〈해붕대사 화상찬〉
해붕대사가 말한 공은 해붕의 공이다

왕실의 그림과 글씨
42. 일월오봉도
산처럼 위엄이 높고 해와 달처럼 세상을 비추소서
43. 십장생도
장생은 어디에나 있지만 십장생은 조선에만 있다
44. 해학반도도
꽃이 피는 데 삼천 년 걸리는 천도복숭아
45. 궁모란대병
축제의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던 부귀의 상징
46. 책가도
여가가 없을 때는 책가도를 보며 생각했다
47. 창덕궁의 현판과 주련
영조의 〈영화당〉엔 화색이 완연하네
48. 영조의 〈효손〉
83세 임금이 25세 손자에게 나라를 의탁하노라
49. 조선왕실의 어보와 국새
국가의 권위와 왕가의 존엄은 여기서 나온다

참고서목
도판목록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