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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자

by iavva 2024. 1. 28.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사진부터 이야기해야겠다. 두 개의 사진 중에 왼쪽에 있는 것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다. 실비아 비치라는 여성이 혼자 살아갈 궁리를 하다가 어느 누구도 셰익스피어를 싫어할 사람이 없으니 그와 동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책방 이름이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다. 결국 이 서점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책 표지 오른쪽에 있는 사진은 에밀리 디킨스의 시집이다. 평생 은둔하며 쓴 시를 불태우라고 동생에게 유언했다던 그 시집이 동생의 저항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저자 김미라님은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인도로 이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낯선 이국땅에 머무르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했는데 바로 히말라야에 있는 지하 도서관을 방문한 경험이다. 눅눅한 책에서 풍겨나오는 냄새가 그렇게 좋았다고 한다. 그때의 추억때문에 지금도 세계 곳곳에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책방을찾는다고 한다.책 여행자인 셈이다.저자가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방은 저마다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책방, 오즈의 마법사 만 취급하는 책방, 영국을 대표하는 문고인 펭귄 문고판 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책방 등 발품을 팔며 찾아낸 희귀한 책방들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책방만 소개하는 여행자가 아니다. 지독한 책벌레이기도 하다. 그녀가 책을 읽는 이유를 이렇게 말해 주고 있다."인간 내면의 은밀한 문제가 드러나는 곳이 책의 공간이며, 그 안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떠나서 날것 그대로의 인간이 보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책을 쓰고, 또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234쪽)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쩌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애서가인 히틀러의 꿈을 꾸게 될지 모른다는 저자의 충고처럼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을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책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의 내면을 살피고,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인도에서 자란 탓에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 같다. 프랑스에 가서도 영어서적만 취급하는 책방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한 개 이상의 외국어를 익힌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것보다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부럽다.저자는 혁명가 마르크스의 숨겨진 비밀을 독자들에게 알려 주고 있다. "우리는 혁명가로서의 마르크스를 알고는 있지만 그가 14년 동안 대영도서관에 틀어박혀 싸구려 담배를 피워 대며 <자본론>을 썻던 긴 침묵의 기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가 항상 앉았던 시멘트 바닥이 닳아서 움푹 파였다고 할 정도다"(47쪽)14년 동안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시멘트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앉아 있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집념이 대단하다. 도서관을 집 삼아 그곳에서 자신의 사상을 만들어내겠다는 그 결심이 존경스럽다. 그가 14년 동안 읽은 책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나 다양한 사회분야 책들을 읽었을까? 저자가 책 한 권 때문에 국가간 외교분쟁이 일어난 사례도 소개해 주고 있다. 영국과 이란이 외교 단절을 할 정도로 갈등을 만들어낸 책이 궁금하지 않는가? 인도출신의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라는 소설이다. 이슬람의 경전이 코란을 부정하는 책이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의 편집자도 암살 당할 정도였다.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저자 김미라님의 <책여행자>를 여름휴가를 앞두고 계신 40대 중년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40대는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영혼을 살찌워야 하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책과 여행이 낳은 아름다운 혼혈아, ‘책여행자’
책 속을 여행하며 세상을 읽고, 세상을 여행하며 책을 만난다

책이 책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유럽의 헌책방, 도서관, 고서점, 길거리 서점을 두루 다니며 풍부한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한다. 특히 일반 여행자들이라면 지나치기 쉬운 유서 깊은 서점들의 뒷이야기들과 개성 있는 서점들의 철학, 그리고 저자가 만나보았던 서점 주인들과 수집가들과의 대화를 설명하여 흥미를 더한다. 나아가 책을 읽는다는 독특한 행위에 대해서, 또한 책의 파괴와 보존의 역사를 통하여 이 매체가 인간과 갖는 지적, 감성적 관계를 조명하며, 책과 인간 지성사에 관련된 교양 지식까지도 자연스럽게 얻게 한다.


책을 펴내며 _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시작된 긴 책방 여행 8

1 불멸의 책, 기억은 영원하다

거짓말의 진실성
책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유령에게 사로잡힌 책
금서를 읽은 자의 표시
금서의 심판자, 책을 금지시킬 수 없다
히틀러도 애서가였다
불같은 속도감
차마 태울 수 없었던 책
혁명이 시작되는 침묵
책이 불타는 곳에서는 결국 인간도 태워지고 만다
영원히 책을 소유하는 법
끝없는 다시 읽기

2 감각을 깨우는 책 읽기

책을 읽을 때 커피가 생각나는 이유
애서가의 식생활
여행자의 책
바라보는 책 읽기
음악을 만드는 책 읽기
책 냄새의 기억
야한 책 효과
영혼의 치유책
연애하는 뮤즈들

3 헌책방 풍경

수집가들의 페티시
순결한 책과 헌책, 초판과 절판, 유일본
미로 같은 서가
쌓여 있는 헌책들, 무질서에서의 질서
비밀의 책, M서
서점 밖 떨이 상자
홀로 서 있는 사람들
헌책방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책 도둑
햇살 드는 창가
나지막한 나무 사다리

4 이야기가 있는 서점

휴머니즘의 성지, 문학의 박물관 _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사라져 버린 기억의 이야기 _ 포일즈
편지에만 남은 서점 _ 차링 크로스 84번지
희비극이 교차하는 서점 극장 _ 북숍 시어터
파리의 영어 서점들 _ 갈리냐니 외
폐허에서 새록새록 자라는 문화 공간 _ 와핑 프로젝트
달콤한 천국의 한 조각 _ 프림로즈 힐
환상 같은 현실의 고서점 _ 쥬솜므
센 강변의 헌책 노점상들 _ 아나톨 프랑스 거리
주말 장터에서 발견한 여성 작가 _ 노팅힐 주말 장터
자본주의식 기억 창고 _ 스트랜드
사회를 위한 독서 공간 _ 하우징 웍스
치유를 위한 심리학 서점 _ 립시
음지를 밝힌 고급 예술 서점 _ 부헤르보겐
책 상자 네 개에서 시작한 프랑스 최대의 서점 _ 질베르 죈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_ 마슈판
아메리칸 드림 오즈의 마법사 _ 북스 오브 원더
누군가 추천해 준 책 _ 루텐스 앤드 루빈스타인
글 쓰는 작가들의 훌륭한 아지트 _ 문학의 집
펭귄 문고와 레클람 문고 _ 두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