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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1년 가까이를 버티던 김진숙 지도위원.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며 희망버스 를 기획했던 시인 송경동. 그의 이야기이다. 지독히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온갖 궂은 일을 다 겪으며 마침내 노동자 시인이 되기까지의 과정, 시인으로 추모시 낭독을 위해 다녔던 집회 현장과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투쟁에서의 경험 등이 담겨 있다. 책 제목은 꿈꾸는 자 잡혀간다 는 지극히 패배주의적이고 불온한 체념이 어린 듯 하지만 실제 내용은 아무리 엄혹한 현실일지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대우받는 세상을 위해 절대로 꿈을 잃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끝끝내 승리하자는 굳은 의지로 가득차 있다. 무려 2MB 정부 때 말이다. 송경동은 희망버스 등을 기획해 내는 유명한 시인이기에 흔히 말하는 강남좌파 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가난과 고뇌와 어려움을 이기고 그 속에서 글을 쓰고 희망을 찾고 실천까지 해내는 투사였다니 참으로 훌륭하다.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콕콕 가슴에 와 박히는 그의 글과 시는 더더욱 좋고.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학적 응전의 정신과 성과를 높이 평가 받으며 한국 노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제29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송경동의 첫 산문집.

사람들은 흔히 송경동을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던 평택 대추리, 비정규직 투쟁을 위한 기륭전자, 철거민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활동한 용산참사, 기타공장 콜트-콜텍 등 수많은 현장에서 만나는 투쟁가의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 송경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왜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투쟁가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가 지금 왜 구속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시인이 되어야 했는지를. 이 책은 그동안 시에서, 혹은 현장에서 말해지지 않은 ‘인간 송경동’의 진실한 모습을 오롯이 담았다.

앞선 두 권의 시집 꿀잠 과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의 시들이 송경동 시인의 삶과 노동 현실을 축약한 형태라면, 이번에 출간된 꿈꾸는 자 잡혀간다 는 이제껏 그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송경동 시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에게 자신들의 감정을 강탈당하고 현실이라는 코뚜레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대신해 울고 있는 송경동 시인을 통해 우리는 삶의 절망을 뛰어넘어 ‘희망’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을 대신하며

1부 꿈꾸는 청춘
5월 어느 푸르던 날 | 그 잡부 숙소를 잊지 못한다 | 깡패 큰아버지 잘 가시라 | 아버지의 자리 | 봉분 없는 무덤
2부 가난한 마음들
어느 비정규직의 사랑 이야기 | 동생의 행운목 | 사우나 가는 길 | 크리스마스에 사라진 아이들 | 한 무명 시인의 죽음
3부 이상한 나라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 굿 모닝, 우리는 오늘도 안녕한가 | 이 땅에선 꿈꾸는 자 잡혀간다 | 울릉도에 기증된 기타의 진실 | 추도시 낭송이 폭력시위 조장?
4부 잃어버린 신발
대추리에서 보낸 한철 | 누가 황유미를 죽였나요 | 작은 코뮌, 기륭 | 시대의 망루, 용산 | 내일로 가는 닥트공
5부 CT85호와 희망버스
김진숙과 ‘85호 크레인’ | 희망버스를 지켜주세요 | 세상에 없던 버스들이 온다 | 어머니의 희망버스 | 희망의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