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

by iavva 2024. 1. 22.


비판하는 자세로 세상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인식해야 지금의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닐까하는 고민의 결론인 것이다. 개인은 단편적인 존재가 아니다. 육체적으로는 1인의 개인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다. 그 역할들에 따라 어떤 때는 장밋빛 세상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끔찍한 세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기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관계에 따라 자본가계급-노동자계급의 설정된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떠나서도 여전히 유효한 관계가 존재한다. 바로 여성과 남성이다. 여성과 남성이 담지한 것들을 너무나 복잡하다. 단순히 육체적 성별에 근거한 이분법부터 좀 더 복잡한 사회적 성별로 정의되는 젠더까지 여성과 남성을 설명하기 위한 정의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고민은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에서는 총 35장에 이르는 방대한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기반으로하는 글쓴이들의 심도 깊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성, 섹슈얼리티, 재생산, 가족, 노동, 사회복지, 정치, 사회변혁, 자연, 사회, 지식 등 전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내용들이다. 이렇게 풍부한 내용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음을 역설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여성’이라는 존재가 제대로 설명되고 자본주의 사회에 올바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그 만큼 여러 갈래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의 여러 내용 중 ‘사회복지’에 관한 내용을 집중해서 보자면 미국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정책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예산 삭감론자들은 요부양아동가족부조 때문에 정부 원조를 받을 자격이 없는 여성들과 쓸데없이 몸집만 큰 관료 기구에 예산이 낭비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에 의존하는 여성들이 ‘떵떵거리며 살고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이 주장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빈곤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몬 후 일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배제시켰다. 이처럼 여성들이 주요 대상이 되는 복지 프로그램의 경우 미혼모라는 도덕적 낙인을 찍으며 가족에 대한 책임을 더욱 지우며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 내모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사회복지가 자본주의 국가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 속에서 여성은 특히 착취의 대상으로 적절함을 계속해서 확인 당하며 노동시장에서도 가족 안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다. 지금 우리도 고민해야할 점들이 있다. 보편적 복지가 이슈가 되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노동이 ‘사회화’되고 있는 현재 진보적인 방향으로 돌봄 노동이 구현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말이다. 여성이 가족에 대해 가지는 욕구와 실제 국가에 의해 사회화 되는 방식의 거리감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 말이다.
여성/노동/계급이 겪는 진짜 삶의 문제와 유쾌한 뒤집기

이 책은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35인이 각 분야에서 삶과 활동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축적한 글을 엮은 것이다. 절대다수가 노동계급인 여성이 살면서 복잡하게 맞닥뜨리는 가부장제+자본주의 사회에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온 탁월한 분석을 해 낸다. 발전, 빈민(가난), 여성성과 남성성, 가족, 국가, 군대, 감옥 처벌에 속속들이 스민 각각의 신화들을 들추어 내고, 피해자/가해자, 이성애 중심주의 등 이분법적 질서가 낳는 성별화 효과와 은폐되는 진실을 밝힌다.

이 책은 기존의 운동, 사회 ‘진보’와 ‘민주화’가 겉보기와는 달리 얼마나 분리와 배제를 낳았는지를 고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개혁, 민주화, 시민사회의 발전, 비정부기구의 양적/질적 팽창은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성별화를 강화했다. 또한 미국의 ‘유색인’들의 저항과 관련한 여성운동, 성노동자의 생존권과 자긍심을 지키기 위한 저항, 피임과 출산 등의 재생산 권리, 한국 마산에서의 여성노동자 투쟁 등 다양한 억압과 저항의 사례도 소개한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의 본성’에도 근본적인 성찰을 던지는 이 책은, 매우 진지하고 학술적인 논문부터 매우 생생한 소설처럼 내밀한 개인의 성장 일기와 역사까지, 서로 다른 35개 분야에서 다양한 글쓰기로 이루어져 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가진 각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각의 장점을 연결한 넓은 의미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구축해내는 책이다.


서문 낸시 홈스트롬
선구자들

1부 _ 성, 섹슈얼리티, 재생산
1. 계급의 문제 -도로시 앨리슨
2. 젠더, 섹슈얼리티, 정치경제 -미카엘라 디 레오나르도 / 로저 랭카스터
3. 월경 전 증후군, 노동 규율, 분노 -에밀리 마틴
4. 인권, 재생산 건강, 경제 정의는 왜 분리될 수 없는가 -로절린드 P. 페트체스키
5.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로즈마리 헤네시

2부 _ 가족: 사랑, 노동, 권력
6. 가족은 죽었다, 새로운 가족 만세! -주디스 스테이시
7. 생존의 이야기: 계급, 민족, 가정폭력 -재니스 하켄
8. 가정을 다시 정의한다 -푸르비 샤
9. 오빠의 성별은 백인이고 내 성별은 황인이었다 -체리 모라가
10.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가족론을 다시 본다 -스테파니 쿤츠
11. 모성과 섹슈얼리티의 이해에 관하여: 페미니즘-유물론 접근법 -앤 퍼거슨
12. 가부장제와 교섭하기 -데니즈 칸디요티
13. 전 지구적 자본주의 아래 사라지는 아버지들 -테마 캐플런

3부 _ 임금노동과 투쟁
14. 여성 노동자와 자본주의: 지배 이데올로기, 공통의 이해, 연대의 정치 -찬드라 탈파드 모한티
15. 적극적 평등 조치의 숨은 역사: 1970년대 일하는 여성들의 투쟁과 계급의 젠더 -낸시 매클린
16. 환상의 현실화: 마킬라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여성과 남성의 생산 -레슬리 샐징어
17. 과테말라 사탕수수 밭의 마초와 마체테 -엘리자베스 오글스비
18. 성산업의 노예제에 관한 국제적 조망 -조 바인드먼
19. 성노동자 권리의 세계화 -카말라 켐파두

4부 _ 경제학, 사회복지, 공공 정책
20. 여전히 공격받는 중: 여성과 복지 개혁 -미미 아브라모비츠
21. 여성의 경제적 평등을 위한 전략을 향하여 -크리스 틸리·랜디 알벨다
22. 공적 투옥과 사적 폭력: 여성에 대한 은밀한 처벌에 관한 고찰 -앤젤라 Y. 데이비스
23. 여성의 이해를 개념화하다 -맥신 몰리뉴

5부 _ 정치와 사회변혁
24. 출발 지점에 대한 평가 -실라 로보섬
25. 들어라, 백인 자매들아 -엘리자베스 마르티네스
26. 자본주의와 인간 해방: 인종, 젠더, 민주주의 -엘런 메익신스 우드
27. 여성의 삶의 군사화 -신시아 인로
28. 민주화: 공공 영역의 성별화된 탈구에 관한 고찰 -메리 E. 혹스워스
29. 아프리카계 미국인 정치 전략에서 젠더의 지도를 그리다 -리스 멀링스
30. 횡단, 위치, 자본주의 계급 관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본 횡단성 -조해너 브레너

6부 _ 자연, 사회, 지식
31. 페미니스트 입장론을 다시 본다 -낸시 하트삭
32. 여성의 본성에 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 -낸시 홈스트롬
33. 생태정치론 논쟁과 자연의 정치학 -밸 플럼우드
34. 여성과 제3세계: 차이의 위험성을 탐구하다 -미라 난다
35. 환경정의의 확장: 아시아계 미국인 페미니스트의 기여 -줄리 시

부록/ 참고문헌
감사의 말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