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통한 날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는 침체된 한국 동시문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양이와 통한 날 외에도 자연을 닮은 어린이의 심리가 순수하게 담긴 51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이안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시와 날카로운 어린이문학평론으로 유명한 시인입니다. 시골로 이사를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쓴 동시에는 시골의 풋풋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목숨 하나하나의 마음을 발견해 들려주어 읽는 이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또한 화가 김세현의 그림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전통 수묵화 기법을 사용했지만 판화로 찍어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정겨운 그림은 시와 어울려 동양적인 정서를 잘 드러냅니다.
제1부 동네 사람 먼 데 사람
보름밤
냉이꽃
동네 사람 먼 데 사람
다 큰 개
할머니 마음
빨래
소나기가 오기 전
도둑괭이
은행나무
속은 일
비닐새
첫눈
빈집 마당에 오는 눈
제2부 고양이는 고양이
제자리 민들레
봄날
모과나무
월요일
눈
대추나무
고양이는 고양이
언니 생각
등산로에서
천둥 치는 밤
해바라기
혜성이
파리지옥
국화
제3부 밥알 하나
어미 새
아기의 숨바꼭질
동그라미 고양이
다섯 살
일곱 살
고양이와 통한 날
회양목 꽃
승빈이
새
개장수 따라 하기
밥알 하나
아버지 고향
고맙다
고수
제4부 모두들 처음엔
모두들 처음엔
마늘
고양이 일기
윤식이네 목련나무
사진
목숨
앵두나무
모과
해바라기
너도냉이꽃
국화
읽고 나서│박기범
숲노래 시읽기노래책시렁 108《고양이와 통한 날》 이안 문학동네 2008.
11.
24.
어린이가 쓰고 읽는 글이기에 동시일 수 없습니다.
동시란 어린이부터 누구나 삶을 새롭게 읽고 사랑을 슬기롭게 익히며 꿈을 즐겁게 노래하는 글이라고 여깁니다.
때로는 어른 사이에서만 흐르는 시를 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어른 사이에서 따지거나 다룰 이야기를 시로 쓰더라도 언제나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쓸 노릇이라고 여깁니다.
왜냐하면 시란 언제나 노래이거든요.
노래란 누구나 부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빛이거든요.
《고양이와 통한 날》을 읽는데, “고양이와 통하는” 길이 뭔가 아리송합니다.
“고양이하고 만나는” 길일까요, “고양이하고 사귀는” 길일까요, “고양이랑 노는” 길일까요, “고양이를 구경하는” 길일까요? 아니면? 동시란 이름으로 글을 쓸 적에는 어렴풋한 말을 쓸 수 없습니다.
또렷하되 여러모로 생각을 넓힐 말을 가려서 쓸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어린이부터 어른 누구나 마음을 북돋우도록 낱말을 고르고 말씨를 가리며 글자락을 여밀 적에 비로소 동시가 되어요.
곧 동시란 여느 어른시하고 대면 대단히 어렵지만 매우 쉬운 글이에요.
우리가 같이 동시를 쓸 줄 아는 마음이라면 어떤 노래이든 부를 수 있고, 어떤 길을 걷더라도 아름드리꽃이 되지 싶습니다.
꽤 아쉽습니다.
ㅅㄴㄹ빨래하기 전 아버지는 마당에 나가 / 하늘 한 바퀴 둘러보신다 / 바람 한 자락 만져 보신다 (빨래/20쪽)고양이는 고양이 / 개가 아니죠 // 오란다구 오지 않고 / 가란다구 가지 않죠 (고양이는 고양이/44쪽).